유언장을 작성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을 특정 자녀에게 유증하거나 예금을 제3자에게 남기겠다는 내용이 있더라도 실제 등기와 재산 이전을 진행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유언집행자입니다.
특히 상속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건에서는 유언의 존재보다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유언을 실행할 것인지가 분쟁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유언장은 뜻을 남기고, 유언집행자는 그 뜻을 움직입니다
민법 제1093조에 따르면 유언자는 유언으로 유언집행자를 지정하거나 그 지정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습니다. 별도로 지정된 유언집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1095조에 따라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유언집행자는 단순히 유언장을 보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유언자가 사망한 뒤 유증 대상 재산을 관리하고, 유언 내용대로 재산을 이전하는 등 유언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민법 제1101조 역시 유언집행자에게 유증 목적 재산의 관리와 그 밖에 유언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예금·주식 등 재산이 다양하거나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집중적으로 남기는 유언이라면 유언집행자를 누구로 정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상속인이 반대한다고 유언집행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집행 과정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일부 상속인이 유언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장기간 자신을 부양한 자녀에게 특정 부동산을 유증하였는데 다른 자녀들이 이에 반대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상속인 전원이 협조해야만 유언을 실행할 수 있다면 유언자의 마지막 의사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법은 지정되거나 법원에서 선임된 유언집행자에게 독립적인 집행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지정 또는 선임된 유언집행자는 재산에 관한 유언이라면 지체 없이 재산목록을 작성해 상속인에게 교부할 의무도 부담합니다.
결국 유언집행자는 한쪽 상속인의 편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유언자의 마지막 의사를 법률적으로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유언집행자가 없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유언집행자로 지정된 사람이 언제나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정된 사람이 사망하거나 결격사유가 생기는 등 유언집행자가 없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법 제1096조는 이러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유언집행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법원 선임이 가능한지는 지정 유언집행자의 자격 상실 시점과 상속인의 존재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제한능력자와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할 때부터 단순히 신뢰하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실제 집행 능력과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속권상실 유언에서는 유언집행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최근 상속법에서는 유언집행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영역도 있습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상속권상실선고제도에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키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이 있고,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뜻을 명확히 남겼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절차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유언집행자가 그 뜻을 이어받아 가정법원에 필요한 청구를 해야 비로소 고인이 남긴 의사가 실제 재판절차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즉, 유언 내용만큼이나 누가 그 유언을 끝까지 실행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유언집행 분쟁, 서류보다 먼저 전체 상속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유언집행자는 유언장을 들고 단순히 재산을 나눠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유언의 방식이 유효한지, 유증 대상 재산이 실제 존재하는지, 부동산 명의와 금융재산의 현황은 어떠한지, 상속인과 수증자 사이의 이해충돌은 없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유류분이나 상속권상실 문제가 결합하면 하나의 유언집행이 별도의 상속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언집행자가 된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산목록과 유언 내용을 정확히 대조하고 관련 등기자료, 금융자료, 증여자료 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유언집행자를 둘러싼 세 가지 질문
Q. 유언집행자는 반드시 변호사여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법은 일정한 결격사유를 제외하고 유언자가 유언집행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 이전, 다수의 유증, 상속권상실이나 유류분 분쟁까지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법률적 판단이 연속적으로 필요하므로 처음부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분쟁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상속인들이 유언 내용에 반대하면 유언집행을 막을 수 있나요?
단순히 유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집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유언 자체의 무효, 유언자의 의사능력, 유언 방식의 하자 등 별도의 법률상 문제가 제기된다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언의 형식과 집행 과정 모두를 점검해야 합니다.
Q. 유언집행자를 따로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민법 제1095조에 따라 지정된 유언집행자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됩니다. 그러나 상속인끼리 첨예하게 다투는 상황에서는 그 자체가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유언 작성 단계부터 집행 구조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뜻이 분쟁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유언은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문서이면서 동시에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의사표시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유언을 작성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구조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사후에 상속인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산 규모가 크거나 가족관계가 복잡하고 특정 상속인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면 유언 작성과 유언집행자 지정은 하나의 전략으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