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갑자기 특정 자녀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남긴다는 유언장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은 상속인으로서는 “고인이 정말 이런 유언을 했을까”, “이미 유언장이 있으니 상속분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언장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당연히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은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어야 하고, 유언 당시 유언자가 자신의 행위와 결과를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유언무효확인의소를 통해 효력을 다투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인의 진짜 뜻이었다는 말만으로 유언이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이라면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하며,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의 면전에서 증인 2명이 참여한 가운데 필기·낭독·승인과 서명 또는 기명날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처럼 유언 방식이 까다로운 이유는 사람이 사망한 이후에는 본인에게 다시 진의를 물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고인의 뜻과 내용이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법정 방식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 유언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유언무효확인의소에서는 “내용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호소보다 민법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요건 가운데 무엇이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승패를 가르는 첫 번째 질문, 정말 고인이 작성한 것이 맞습니까?
자필유언에서는 유언장의 진정성립이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필적이 평소 고인의 글씨와 다르거나, 서명과 날인이 의심스럽거나, 작성 이후 내용이 수정·변조된 흔적이 있다면 유언장 원본을 중심으로 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이때 평소 작성한 수첩이나 편지, 계약서 등 비교 가능한 필적자료를 확보하고 유언장의 수정 흔적과 날인 상태를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버지 글씨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유언의 위조·변조 또는 은닉 여부가 확인될 경우에는 단순한 유언 효력 문제를 넘어 상속결격과 관련된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 증거 확보가 특히 중요합니다.
치매 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언을 작성한 그 순간’입니다
두 번째 핵심 쟁점은 유언 당시의 의사능력입니다.
유언자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사람을 알아보고 간단한 대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판단능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유언을 작성하는 바로 그 시점에 자신이 어떤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그 처분이 가족의 상속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능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유언 전후의 진료기록, 인지검사 결과, 섬망 기록, 진정제나 향정신성 약물 투여내역, 간병기록과 당시 대화자료를 시간순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결국 의사능력은 주장보다 기록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특정 자녀가 유언을 주도했다면 자유로운 의사였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가족분쟁에서는 특정 자녀가 병원 출입과 간병을 독점하면서 유언 작성 과정까지 주도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남긴 유언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사기나 강박, 부당한 영향으로 인해 고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실제로 침해되었는지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CCTV, 병원 출입기록, 면회기록, 간병인 진술, 가족 간 메신저와 통화녹음 등을 통해 유언이 만들어진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유언 한 장으로 상속에서 배제될 뻔했지만, 기록이 흐름을 바꾸었습니다
한 의뢰인은 부친 사망 직후 형이 제시한 자필 유언장으로 인해 주요 상속재산에서 사실상 배제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상대방은 아파트와 예금 대부분을 자신에게 남긴 것이 부친의 마지막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부친은 유언 작성 무렵 뇌혈관 질환 이후 인지저하와 섬망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에 유언 작성 전후의 진료기록과 약물 투여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간병일지와 면회기록을 확보했습니다. 동시에 유언장 원본의 필체와 수정 흔적을 살펴 진정성립과 형식 요건을 함께 다투었습니다.
가족들의 감정적인 대화 역시 그대로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신저와 통화녹음 원본을 분석해 유언장이 발견된 경위와 상대방 설명 사이의 모순을 정리했습니다.
결국 사건에서는 유언 성립 과정의 비정상성, 유언 당시 부친의 판단능력에 대한 의문, 법정 요건 충족 여부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었고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방향으로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의뢰인은 다시 법정 상속구도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유언을 둘러싼 불안,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Q. 유언검인을 받았다면 유언이 유효하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검인은 유언의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절차이지, 유언의 실체적인 효력을 확정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따라서 검인 이후에도 법정 방식의 흠결이나 의사능력, 위조·변조 등의 사유를 근거로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유언 내용이 지나치게 불공평하면 무효인가요?
단순한 불공평만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방식 위반, 진정성립 문제, 의사능력 결여, 사기·강박 등 구체적인 무효 사유가 필요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이례적인 재산분배는 다른 사정과 함께 유언 성립 경위를 살펴보는 정황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유언장을 근거로 부동산을 처분하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본안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재산이 처분되면 권리 회복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공된 자료에서도 필요할 경우 처분금지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유언이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유언무효확인의소는 가족 간 감정을 풀어내는 재판이 아닙니다. 법원은 유언장의 형식, 진정성립, 유언 당시 의사능력과 자유로운 의사결정 여부를 객관적인 자료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의심스러운 유언장이 발견되었다면 서둘러 상대방과 다투기보다 유언장 원본, 의료기록, 필적자료, 간병기록과 가족 간 대화자료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저 오경수 변호사는 한 장의 유언으로 정당한 상속권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분들의 사건에서, 흩어진 사실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로 재구성하여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대응 방향을 찾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