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생전에 “내가 죽으면 이 아파트는 네가 가져라”라고 말씀하셨다면 그 재산을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속분쟁에서는 그 의사표시가 사인증여인지, 유증인지, 아니면 법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단순한 약속인지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사인증여와 유증은 모두 재산을 주는 사람이 사망한 뒤 효력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법적 성질은 다릅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부동산을 받기로 했음에도 다른 상속인과 소유권을 두고 다투거나, 반대로 효력이 없는 유언을 근거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패소할 수도 있습니다.
계약으로 성립하는 사인증여, 일방적인 의사로 이루어지는 유증
민법 제562조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생기는 증여에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인증여 자체는 ‘계약’입니다. 재산을 주겠다는 사람의 의사뿐 아니라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가 서로 합치되어야 합니다. 반면 유증은 유언자가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에게 귀속시키는 단독행위이므로 수증자의 사전 승낙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는 형식에서도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성질을 가진다는 이유로 유언의 엄격한 방식에 관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유효한 유언장이 없다고 하여 언제나 사인증여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죽으면 집을 주겠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와 증거입니다
사인증여 분쟁에서는 단순히 고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재산을 누구에게 주기로 했는지, 상대방 역시 이를 승낙하여 계약이 성립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증여계약서, 문자메시지, 녹취, 가족들에게 밝힌 내용, 부동산 관련 서류를 전달한 과정, 증여 의사를 전제로 이루어진 금융거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유증이라면 더욱 형식적인 문제가 중요합니다. 유언은 사람이 사망한 이후 본인에게 진정한 의사를 다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이 정한 방식을 지키지 않은 유언은 그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사인증여는 계약 성립의 입증, 유증은 유언의 적법성과 내용의 입증이 핵심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사인증여를 했다고 생전에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인증여가 계약이라고 해서 증여자가 생전에 무조건 그 약속에 구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2년 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규정을 사인증여에도 준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처분이라는 점에서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인증여계약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완전히 확정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후 증여자가 철회의 의사를 표시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한 장의 유언보다 ‘계약의 실체’가 중요했던 대법원 사례
실제 대법원에서는 고인이 사망 후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들에게 귀속시키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안을 두고 사인증여의 효력이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에서는 유언이 법에서 요구하는 형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재산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해당 법률관계를 반드시 ‘유증’으로만 볼 것인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사인증여가 유증과 달리 계약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민법 제562조가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더라도 유언이라는 단독행위를 전제로 하는 엄격한 방식 규정까지 사인증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사망 후 재산을 주기로 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다른 증거를 통해 인정될 수 있다면 유언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 자체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망 후 재산 약속을 둘러싸고 가장 많이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죽으면 집을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인증여인가요?
말씀만 있었다고 반드시 사인증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인증여는 계약이므로 특정 재산을 사망 후 증여하겠다는 의사와 이를 받겠다는 상대방의 승낙이 합치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서면이 없더라도 곧바로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쟁이 생기면 계약 성립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Q. 사인증여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부모님이 나중에 취소할 수 없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을 사인증여에도 준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의 존재뿐 아니라 이후 철회 의사가 있었는지까지 살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Q. 유언장이 무효라면 사인증여라고 다시 주장할 수 있나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유언장이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사인증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실제 사인증여계약이 성립했다는 사실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므로 당시 대화, 문서와 재산처분 경위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사인증여와 유증,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고인의 진정한 의사와 증거입니다
사인증여와 유증 분쟁에서는 “고인이 분명 나에게 준다고 했다”는 기억만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의사가 표시되었는지, 상대방이 이를 승낙했는지, 적법한 유언이 존재하는지, 이후 철회가 있었는지를 순서대로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부동산이나 상당한 금융재산이 걸려 있다면 사망 이후 다른 상속인들과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가족의 마지막 뜻을 제대로 실현하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려면 처음부터 사인증여와 유증의 법적 구조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오경수 변호사는 단순히 문서 한 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의사와 가족관계, 재산의 이동 과정, 객관적인 증거를 함께 살펴 가장 적절한 대응 방향을 찾겠습니다. 가족이 남긴 뜻이 불필요한 분쟁으로 훼손되지 않고 정당한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기를 바랍니다.